도시 공간 재생

도시 소규모 노후 공공시설을 복합생활시설로 전환하는 재생 전략

kkonguu 2025. 12. 7. 15:19

도시 곳곳에 자리한 작은 공공시설들은 단순히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주민센터의 부속건물, 경로당, 공원 관리실, 동네 도서관, 소규모 공영주차장 관리동, 보건지소 등은 대부분 20~40년 전에 지어진 노후 구조물이며, 면적이 작고 기능이 단일해 활용도가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 공간들은 대부분 주거지 중심에 위치해 있고, 접근성이 뛰어나며, 기존 기반시설과 연결되어 있어 재생을 통해 지역 생활권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이다. 특히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이 과도한 예산과 시간, 행정 부담을 수반하는 것과 달리, 소규모 공공시설 전환은 “작지만 영향력 큰” 사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공간을 복합생활시설로 재편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시설의 원초적 성격을 넘어 지역 주민의 실제 생활 패턴과 요구를 반영한 ‘기능 재배치 전략이다.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고치거나 시설을 새로 넣는 방식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주민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공간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그 흐름에 맞춰 공간을 재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낮에는 청년 창작자나 재택근무 주민을 위한 공유 작업실로 활용하고, 저녁에는 주민 모임·교육 프로그램·소규모 건강관리 강좌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말에는 플리마켓, DIY 수업, 마을 장터 등 지역 기반 활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운영 모델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이런 시간대별 다기능 운영 구조는 적은 면적에서도 높은 공간 활용도를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다.

 

공간 구조를 재편할 때는 면적이 작다는 단점을 ‘가변형 레이아웃’으로 극복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벽을 최소화하고 수평 확장이 가능한 슬라이딩 파티션, 폴딩 도어, 이동형 모듈 가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하나의 큰 강의실이 세 개의 소공간으로 쪼개지고, 행사나 회의가 있을 때는 넓은 단일 공간으로 바뀌는 구조가 가능해야 한다. 가구 역시 고정형 책상·의자 대신 접이식 테이블, 스택형 의자, 이동식 수납 모듈을 도입하면 공간 전환 속도가 크게 향상된다. 실제로 국내 여러 소규모 생활SOC 사업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요소가 바로 “재배치 쉬운 공간 구성”이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건축적 리모델링에서는 기존 공공시설이 갖고 있는 기반 인프라(전기, 급·배수, 환기, 구조체)를 최대한 활용하는 ‘부분개선 방식이 비용 효율성과 공기 단축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다. 오래된 시설이라도 구조적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전체 철거보다 일부 보강과 기능 교체만으로 충분히 공간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슬래브에 하중 문제가 있다면 탄소섬유 보강재(CFRP)를 적용하고, 노후 배관은 전면 교체 대신 구간별 부분 교체로 유지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외부 창호만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해도 실내 쾌적성이 크게 개선된다. 즉, “작은 개입으로 큰 변화를 만드는 전략”이 핵심이다.

 

외부 공간 활용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많은 소규모 공공시설은 작은 마당·옥외 공간을 갖고 있음에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벤치·데크·도시조경 요소와 결합하면 실외 휴식 공간, 소모임 공간, 야외 체험 클래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확장된 공공 리빙룸’이 된다. 특히 도시재생에서 외부공간의 활용도는 주민들의 체감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경 요소·포장재·그늘 구조물 등을 활용해 지역 정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지역 주민의 일상적 동선을 고려해 그늘·좌석·소규모 수공간 등을 배치하면 사용성이 더욱 높아지고, 공간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도 향상된다. 또한 면적이 작더라도 지역 행사나 마켓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디자인을 적용하면, 기존에는 단순한 빈 공간이었던 외부 공간이 커뮤니티 활동의 중심이 되는 ‘생활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외부 공간 개선은 시설 이용률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느끼는 공간 만족도와 정주 의식을 함께 강화하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다.

 

운영 단계에서는 민관 협업과 지역 기반 운영 파트너십 구조가 성공의 관건이다. 단순히 공간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역량이 있는 주체가 공간을 꾸준히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지속성이 확보된다. 지자체는 공공성을 유지하고 기본 운영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민간 운영주체(문화기획자, 청년단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는 프로그램 운영, 강사 섭외, 콘텐츠 개발, 지역 커뮤니티 연계를 맡는다. 이러한 협력 구조는 “운영과 활성화의 분업”을 가능하게 만들어, 소규모 공간이 지역의 거점으로 자리 잡는 핵심 동력이 된다.

 

도시 소규모 노후 공공시설을 복합생활시설로 전환하는 재생 전략

 

 

또한 주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지역 맞춤형 운영 모델도 필요하다. 주민 자율 프로그램, 로컬 창작자 전시회, 동네공방 연계 클래스, 지역 아카이빙 프로젝트 등은 공간과 주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장기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청년층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들이 운영, 기획, 창작 활동 등을 통해 공간과 연결되면 지역 경제·문화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공공시설을 복합생활시설로 전환하는 전략은 단순한 공간 개선이 아니라 지역의 생활권 기반을 재구축하는 도시재생 모델이다. 작은 시설 하나가 변해도 주민의 동선이 달라지고, 주변 골목 상권이 활성화되며, 지역 커뮤니티가 회복되는 파급효과가 크다. 특히 예산 대비 효과가 뛰어나고, 단기간에 변화가 나타나며, 주민 체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재생 전략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