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도시 지하보도의 방치 문제와 ‘생활형 지하 보행 네트워크’로의 재생

kkonguu 2025. 12. 7. 22:31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지하보도(지하횡단보도, 지하 연결통로)는 한때 도시 교통 체계의 핵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많은 공간이 방치되거나 기능을 잃은 채 남아 있다. 특히 차량 중심 시대에 만들어졌던 지하보도는 이용률 감소와 관리 예산 부족으로 인해 어둡고, 위험하며, 지역 주민에게 부담이 되는 공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지하보도는 단순히 “지나가는 공간”으로만 바라보면 활용성이 낮지만, ‘생활형 보행 네트워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재생 가능성을 가진다.
이번 글에서는 방치된 지하보도를 도시 생활권 보행 네트워크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구체적 재생 전략을 정리한다.

 1. 지하보도의 문제 구조: 왜 방치 공간이 되는가

지하보도가 방치되는 이유는 단순히 이용자가 줄어서만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첫째, 시대적 기능 상실이다. 과거에는 지상 횡단이 위험하거나 차량 흐름을 우선시하는 도로 설계가 많아 보행자는 지하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차량 우선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도시 기조가 바뀌면서 지상 횡단 환경이 개선되었고, 자연히 지하보도 이용률은 떨어졌다.

둘째, 심리적 안전성 부족도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지하보도는 조도가 낮고, 통로가 길며, CCTV나 비상벨 등 안전 인프라가 미흡하다. 보행자에게 “보이지 않음”은 곧 불안함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기피 공간이 된다.

셋째, 관리 일상성 부족이다. 지하보도는 지상이 아닌 만큼 관리 주기가 길어지고,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소규모 누수·조명 고장·노후 타일 파손 등이 빠르게 누적되며 ‘방치된 느낌’을 더한다.

요약하면, 지하보도는 본래의 기능은 줄었는데 유지비와 공간적 부담은 그대로 남아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2. 생활형 보행 네트워크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이유

지하보도가 단순한 연결 통로를 넘어 새로운 생활 네트워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하보도는 이미 **도시 중심부에 구축된 유일한 ‘공공 지하 자산’**이다. 이는 신설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기존 구조를 재생하는 방식은 훨씬 효율적이다.

둘째, 기후 대응형 보행 환경 구축에 큰 장점을 가진다. 최근 도시 문제의 핵심인 폭염·폭우·돌발 기후 상황에서, 지하보도는 기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보행 공간이 될 수 있다.

셋째, 지하보도는 지상 교통 혼잡과 분리된 독립 동선이기 때문에,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보조 동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버려진 공간’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공공 자산을 재활용하는 도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3. 기능 없는 통로에서 생활형 공간으로: 재생 전략 4가지

이제 구체적인 재생 전략을 살펴보자. 이 전략들은 기존 건축 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① 보행 친화 조명·색채·음향 개선으로 심리적 안전 강화

지하보도 재생의 첫 단계는 심리적 안정감 확보다.
밝은 조명, 따뜻한 색감의 벽면, 공간음을 활용한 소리 디자인은 이용자의 불안감을 크게 낮춘다. 특히 LED 라인조명이나 일정 속도로 움직이는 방향성 라이팅은 접근성을 높여주며, “이 길은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또한, 바닥·벽면의 미끄럼 방지·방수·흡음 기능 강화는 보행품질을 높여 실사용률을 늘린다.

② 지하보도를 ‘생활 서비스 연결 공간’으로 재구성

지하보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밝아지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찾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생활 밀착형 기능’을 넣을 수 있다:

  • 우편 무인함·택배락커
  • 공공 와이파이 존
  • 소규모 전시 라인
  • 하루 단위 대여 팝업 스탠드
  • 미니 쉼터 형태의 벤치
  • 주민 공공 게시판

이는 ‘지역 주민이 필요해서 지나가는 길’로 전환해주는 핵심 전략이다.

 

도시 지하보도의 방치 문제와 ‘생활형 지하 보행 네트워크’로의 재생

③ 지상—지하 연결 동선의 체계적 개편

지하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있는 줄 몰라서’ 혹은 ‘입구가 불편해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생 전략에는 다음이 포함되어야 한다.

  • 지상 출입구의 시인성 강화
  • 경사로·엘리베이터를 통한 보행 약자 접근 개선
  • 지상 횡단보다 빠르고 편한 지하 동선 계획
  • 주변 상권과 직접 연결되는 출구 개방

즉, 단순히 내부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과의 연결 구조가 함께 개편돼야 한다.

④ ‘지하보도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지속 관리 모델

방치의 가장 큰 원인은 “관리 주체가 불명확함”이다.
따라서 지하보도의 지속 운영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 지자체 + 지역 상인회 + 주민단체의 공동 관리 체계
  • 유지관리 예산의 공동 출자 혹은 광고 수익 배분
  • 지역 예술가·학교와 연계한 지속형 벽면 아트 프로그램
  • 주기적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이런 구조는 공간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관리 부담을 완화한다.

 4. 재생 이후 기대효과: 단순 개선을 넘어 도시 경쟁력 회복으로

지하보도가 재생되면 단순히 ‘통행 공간 개선’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 지역 상권 간 보행 연결성이 강화된다.
  • 폭염·폭설 등 기후환경 요인에도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 공공 공간 이용률 상승으로 도시 이미지가 개선된다.
  • 문화·생활·상업을 잇는 다층적 도시 인프라가 된다.
  • 기존 도시 자산을 활용해 예산 효율을 극대화한다.

결국 지하보도는 도시의 ‘숨은 기반시설’을 재발견하는 대표적 사례가 된다.

 

방치된 지하보도는 도시가 잃어버린 공간이 아니다. 단순히 사용되지 않아 방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도시의 흐름 속에서 잠시 기능을 상실한 채 ‘잠든 자원’일 뿐이다. 이 어둡고 불안한 공간이 계속 위험 요소로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생활 기반 네트워크로 재탄생할지는 도시가 어떤 시선과 전략으로 이 공간을 다시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은 지하보도를 단순한 통행 공간이 아니라 보행 기반을 확장하고 지역 생활권을 연결하는 생활형 공공 인프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

이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거대한 예산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하보도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명확한 도시적 관점, 일상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세밀한 관리 체계, 그리고 운영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만드는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인 운영 모델이다. 결국 지하보도 재생의 핵심은 공간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있으며, 작은 변화의 누적이 도시 전체의 이동성과 안전성, 그리고 지역 활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