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도시 재생 이후 ‘비활성 공간’이 다시 생기는 이유와 관리 실패의 구조

kkonguu 2025. 12. 22. 15:09

도시 재생 사업이 완료된 직후에는 공간이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새로 정비된 보행로, 정돈된 외관, 깔끔한 공공 시설물은 사진으로도, 보고서로도 성과가 분명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관리되지 않은 흔적이 쌓이면서 다시 비어가는 공간을 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도시 재생이 실패했다고 단정하기엔 애매하지만, 분명히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른 상태다. 이 현상은 단순히 예산 부족이나 관리 소홀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도시 재생 이후 ‘비활성 공간’이 다시 생기는 이유와 관리 실패의 구조

 

문제의 출발점은 많은 도시 재생 사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공’이라는 순간만을 기준으로 설계된다는 데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도면과 조감도, 공간 배치에 대한 논의가 집요할 정도로 이어지지만, 막상 그 공간이 완성된 이후 어떤 표정으로 사용될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상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며 누가 이 공간을 찾게 될지, 하루 중 언제 가장 많이 머무를지, 관리 주체가 바뀌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설계 도면 밖의 이야기로 밀려난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 사업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간이 완공되는 순간, 사업은 하나의 행정적 성과로 정리되고 보고서 속 숫자로 기록된다. 이후의 과정은 ‘운영’이나 ‘관리’라는 이름으로 다른 부서나 외주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난다. 그 사이 공간에서는 아주 사소한 불편이 쌓이기 시작한다. 벤치의 위치가 애매해 오래 앉기 불편해지고, 동선은 끊기듯 이어지며, 애초 의도했던 사용 방식은 점점 흐려진다.

이런 변화는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사람이 줄어든 이유를 날씨나 유행 탓으로 돌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은 점점 비어 있는 상태가 일상이 된다. 물리적으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져야 할 활동은 사라진다. 결국 문제는 공간이 낡아서가 아니라, 이런 변화는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사람이 줄어든 이유를 날씨나 유행 탓으로 돌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은 점점 비어 있는 상태가 일상이 된다. 물리적으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져야 할 활동은 사라진다. 결국 문제는 공간이 낡아서가 아니라, 그 공간이 더 이상 사람의 생활 리듬과 맞물리지 않게 되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의외로 공간을 오래 평가하지 않는다. 처음 몇 번의 경험이 불편하거나 어색하면, 굳이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지 않는다. 동선이 조금만 어긋나도, 머무를 명확한 이유가 느껴지지 않아도 발걸음은 빠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이 과정은 매우 조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행정 보고서나 운영 지표에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에서는 분명한 변화로 축적된다.

그래서 도시 재생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지점은 ‘공간이 왜 비어 가는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유 없이 머무르지 않게 되었는지’다. 공간을 사용하는 행위는 목적보다 습관에 가깝기 때문이다. 습관이 끊어지면 공간은 기능을 잃고, 기능을 잃은 공간은 관리 비용만 남긴 채 점점 존재감이 옅어진다. 이 상태에 이르러서야 재생의 실패를 논의하는 것은 이미 한참 늦은 대응에 가깝다.

 

비활성 공간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순간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그 공간에 들어섰을 때 바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여기서 뭘 해야 하지?’라는 짧은 망설임이 생기고, 그 어색함이 몸에 먼저 남는다. 벤치가 있어도 앉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비어 있는 광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다. 공간은 존재하지만 사용 방식이 직관적으로 읽히지 않는 상태다.

이런 공간의 공통점은 특정 상황에서만 의미를 갖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행사가 있을 때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일정이 없는 날에는 이유 없이 텅 빈 상태로 남는다. 이용자는 그 공간을 ‘항상 열려 있는 장소’로 인식하지 않고, 누군가가 준비해 준 프로그램이 있을 때만 접근 가능한 곳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스스로 머무르거나 시간을 보내는 선택지를 떠올리지 않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용률이 낮은 정도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 공간을 아예 생활 동선에서 제외한다. 굳이 피해 다니지는 않지만, 굳이 들어갈 이유도 없는 장소가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공간은 누군가가 주도하지 않는 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굳어지기 시작한다.

사람이 먼저 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공간은 결국 관리 대상만 남는다. 청소와 유지에는 비용이 들지만, 머무는 사람의 기억은 쌓이지 않는다. 그렇게 어색함으로 시작된 비활성 상태는 점점 익숙한 공백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 그런 곳’으로 인식된다. 도시 재생에서 가장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가 바로 이 지점이다. 공간이 낡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이미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관리 주체의 불명확성이다. 재생 이후 공간이 누구의 책임인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행정은 ‘조성 완료’를 기준으로 손을 떼고, 지역 주민이나 상인은 공간을 자기 일로 인식하지 못한다. 민간 운영 주체가 있더라도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으면 관리 동기는 급격히 약해진다. 이 과정에서 작은 파손, 불편, 불쾌 요소가 방치되고, 공간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진다. 사람들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그 공간을 피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비활성 공간이 반드시 낡거나 훼손된 모습으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외형은 멀쩡한데 사람이 없는 상태가 더 위험하다. 이런 공간은 행정적으로도 문제로 인식되기 어렵고, 외부에서는 “이미 잘 만들어진 곳”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되지 않는 공간은 도시 안에서 점점 고립된다. 사람의 동선에서 밀려나고, 기억에서 사라지며, 결국 관리 우선순위에서도 제외된다.

 

도시 재생의 지속성을 위해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공간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공간이 비활성화되는 과정을 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일상적인 사용을 전제로 한 관점이 필요하다. 공간이 비어 있어도 실패가 아니라는 인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공간의 일부라는 태도, 그리고 관리와 사용의 경계가 느슨하게 연결되는 구조가 중요하다. 도시의 공간은 항상 ‘활성화’ 상태일 필요는 없다. 문제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로 방치되는 것이다.

 

도시 재생 이후 다시 비활성 공간이 생기는 현상은 단순한 실패 사례가 아니다. 이는 도시를 프로젝트로만 바라본 결과이며, 일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계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한계다. 앞으로의 도시 재생은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사라지지 않게 할 것인가에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