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도심 유휴 공영주차장의 생활 밀착형 공간 전환이 어려운 진짜 이유

kkonguu 2025. 12. 23. 11:26

도심 곳곳에는 늘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낮에는 텅 비어 있고, 밤에는 차량 몇 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공영주차장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잠시 붐비지만, 그 외 시간에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공간만 차지한다. 많은 도시에서 이 공간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수없이 나왔지만, 실제로 의미 있게 바뀐 사례는 드물다. 이유는 단순히 예산이나 제도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이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아직도 ‘주차 기능’에 묶여 있다는 데 있다.

 

공영주차장은 도시에서 가장 애매한 위치에 놓인 공간이다. 완전히 사적인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공공 공간도 아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목적지로 인식하지 않는다. 차를 세우기 위해 잠깐 들르는 장소일 뿐, 시간을 보내거나 머물 이유가 없는 공간으로 받아들인다. 이 인식이 고착되면 아무리 시설을 덧붙여도 이용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물리적 구조보다 ‘이 공간에서 뭘 해도 되는지’에 대한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시 재생 과정에서 공영주차장을 다루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계획은 주차 기능을 유지한 채 일부 공간을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낮에는 주차장, 저녁에는 장터, 주말에는 행사장 같은 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 사용 목적이 수시로 바뀌는 공간은 일상 속에 자리 잡기 힘들고, 관리 주체 역시 명확해지지 않는다. 결국 이벤트가 끝나면 공간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주민들에게 남는 것은 ‘가끔 뭐 하던 곳’이라는 흐릿한 기억뿐이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공간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가 왜 좋은지”를 굳이 생각하지 않는데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다리가 저절로 멈추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곳이 있다. 벤치가 놓여 있으면 앉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그늘이 생긴 자리에서는 잠시 시간을 보내도 어색하지 않다. 이런 공간에서는 행동을 결정하기까지의 망설임이 거의 없다.

반대로 공영주차장은 아무리 외관을 정비하고 시설을 덧붙여도 비슷한 감각을 주기 어렵다. 바닥에 남아 있는 주차선, 차량이 드나들기 위해 열려 있는 진입로, 무심하게 설치된 차단기 같은 요소들이 여전히 공간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 안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시설이 있어도,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머물러도 되는 곳’이 아니라 ‘조심해야 할 곳’이다. 괜히 오래 서 있으면 방해가 될 것 같고, 앉아 있어도 금방 일어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감각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사람은 공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곳이 누구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는지를 본능적으로 읽어낸다. 공영주차장에서는 여전히 차가 주인이고, 사람은 잠시 끼어드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아무리 예쁘게 꾸며도 이용 방식이 직관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을 해도 되는지보다, 무엇을 하면 안 될지가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 되기 쉽다.

결국 차를 위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그 공간은 사람에게 완전히 열렸다고 느껴지기 어렵다.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거리감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릴 뿐이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서, 공간은 다시 비어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

 

이 지점에서 많은 도시 재생이 실패한다. 시설을 추가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공간의 주도권을 누구에게 넘길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빠져 있다. 차가 우선인 공간인지, 사람이 우선인 공간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용자는 항상 눈치를 보게 된다. 아이가 뛰어놀기엔 불안하고, 어른이 오래 머물기엔 어색한 상태가 된다. 결국 누구에게도 완전히 열려 있지 않은 공간이 된다.

 

공영주차장을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 바꾸려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설계부터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이 공간이 하루 중 언제, 어떤 상태로 존재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이다. 아침 출근 시간 이후 텅 비는 시간, 해가 지기 전 잠깐 숨을 고르는 오후, 밤에 불빛만 남아 조용해지는 시간까지 공영주차장은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생 계획은 이 차이를 하나로 묶어버린다. 언제든 같은 모습일 것이라는 가정 아래 공간을 고정시켜 놓는다.

문제는 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낮에는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고, 저녁에는 괜히 오래 머물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중요해진다. 주말과 평일의 분위기도 다르고, 주변 상권이 열려 있는 날과 문을 닫은 날의 체감 온도도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공간은 결국 어느 시간대에도 딱 맞지 않는 상태로 남는다. 사람들은 그 어색함을 굳이 분석하지 않는다. 다만 다시 찾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공영주차장 재생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이 공간이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감각을 먼저 세우는 일이다. 언제는 열려 있고, 언제는 조용해도 괜찮은지,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머물러도 되는 시간은 언제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시설만 추가하면 공간은 여전히 주차장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어설프게 다른 기능을 흉내 내는 공간으로 남게 된다.

이 지점에서 공영주차장을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 전환한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무엇을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무엇이 필요 없는 상태를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낮 시간에는 벤치와 그늘이 있어 잠시 머무를 수 있지만, 저녁에는 굳이 앉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조명과 시야 확보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밤이 되면 활동을 유도하기보다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 공간은 관리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정도면 역할을 다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재생 사례가 실패하는 이유는, 모든 시간대에 똑같이 ‘잘 쓰이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 공간은 늘 선택적이다. 사람들은 특정 시간에만 그 공간을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비워 둔다. 문제는 비어 있음 그 자체가 아니라, 비어 있는 시간이 방치처럼 느껴질 때다. 그래서 공영주차장 재생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시간까지 포함해 하나의 시나리오로 설계해야 한다.

 

도심 유휴 공영주차장의 생활 밀착형 공간 전환이 어려운 진짜 이유

 

이때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양이 아니라 밀도 조절이다. 매일 열리는 행사가 없어도 괜찮고, 상시 운영되는 시설이 없어도 된다. 대신 이 공간이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라는 사실이 불편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바닥 마감, 조명 간격, 시선이 막히지 않는 구조 같은 아주 기본적인 요소들이 이 감각을 좌우한다. 이런 요소들이 잘 작동하면, 사람들은 굳이 목적이 없어도 그 공간을 통과하고, 머물고, 다시 지나간다.

공영주차장이 생활 공간으로 전환되는 순간은, 사람들이 그곳을 목적지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일상의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키기 시작할 때다. “여기서 뭘 해야 하지?”가 아니라 “지나가도 괜찮고, 서 있어도 괜찮은 곳”이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이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다양한 기능을 덧붙여도, 공간은 여전히 주차장의 연장선에 머문다.

결국 공영주차장 재생의 성패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느냐가 아니라, 원래의 성격을 어떻게 느슨하게 풀어냈느냐에 달려 있다. 주차라는 기능을 완전히 지우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기능이 공간의 분위기를 지배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 그리고 시간에 따라 공간의 표정이 달라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것. 이 작은 차이가 공영주차장을 ‘지나치는 장소’에서 ‘생활에 스며드는 장소’로 바꾼다.

 

또 하나 간과되는 부분은 주변 생활권과의 관계다. 공영주차장은 대부분 주거지, 상업지, 공공시설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 경계성 때문에 오히려 잠재력은 크지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누구의 공간도 되지 않는다. 주민은 자기 동네 공간으로 느끼지 못하고, 외부 이용자는 굳이 찾아올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콘텐츠만 얹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공간은 대단한 기능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명확한 역할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잠깐 쉬는 곳, 잠시 머물다 가는 곳, 동네에서 가장 안전한 밤 공간 같은 식이다. 공영주차장을 재생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다기능 공간’이라는 욕심이다. 기능이 많아질수록 사용자는 더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아무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도시 재생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공간을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공영주차장이 더 이상 차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신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그 신호가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것이 실패하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도 공간은 다시 비어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

결국 공영주차장 재생의 성패는 ‘얼마나 멋지게 바꿨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유 없이 들르게 되었는가’로 판단된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발걸음이 향하는 공간이 되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용 방식이 읽히는지가 중요하다. 도시 재생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잊혀진 공간을 다시 일상의 일부로 되돌리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이 공간만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