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사람들이 머무르지 않는 도시 재생 공간의 공통된 착각

kkonguu 2025. 12. 24. 00:11

도시 재생이 실패했다고 느껴질 때, 그 공간은 정말 실패한 걸까

도시 재생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상한 장면을 자주 마주친다. 분명히 공사는 끝났고, 예산도 투입됐고, 사진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데 실제로 가보면 어딘가 비어 있다.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오래 머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 공간을 설명하는 말들은 늘 비슷하다. ‘활성화가 부족하다’, ‘추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운영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반복될수록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말 문제는 운영일까, 아니면 우리가 공간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어긋나 있는 걸까.

도시 재생에서 실패했다고 말해지는 공간들을 가만히 보면, 사실 기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보행은 가능하고, 안전 기준도 충족했고, 외형도 깔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곳을 일상 공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히 재미가 없어서도, 홍보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 공간이 사람의 하루 흐름 안에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목적 없는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도시 재생 공간을 기획할 때 자주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열려 있음’ 자체를 가치로 착각하는 것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특정 대상에 한정하지 않는 공간이 공공성의 정답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중립적인 공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 공간일수록,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공간에 머무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거기에 와야 할 이유가 있고, 있어도 괜찮다는 신호가 명확할 때다. 도시 재생에서 실패했다고 느껴지는 공간들의 공통점은 이 두 가지가 모두 흐릿하다는 점이다. 그 공간이 어떤 사람을 위한 곳인지, 언제 사용되는 곳인지, 잠깐 머무는 게 자연스러운지 오래 있어도 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판단이 귀찮아지는 순간 발길을 돌린다.

“활성화”라는 말이 가장 위험할 때

도시 재생 현장에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거의 만능처럼 사용된다. 사람이 적으면 활성화, 매출이 낮으면 활성화, 밤에 어두우면 활성화다. 그런데 이 단어가 반복될수록 공간의 문제는 점점 추상화된다. 구체적인 원인은 사라지고, 언젠가 무언가를 더 하면 해결될 것 같은 상태로 남는다.

문제는 활성화라는 말이 공간 자체의 한계를 가리는 역할을 할 때다. 어떤 공간은 애초에 조용해야 하고, 어떤 공간은 특정 시간대에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모든 공간에 동일한 활력을 요구하면, 결국 아무 공간도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실패한 도시 재생 공간 중 상당수는 실제로 실패한 게 아니라, 잘못된 기대를 덧씌운 결과에 가깝다.

도시 재생 공간은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의 일부여야 한다

사람들은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공간보다, 특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르는 공간을 훨씬 오래 기억한다. 도시 재생 공간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이 이벤트 중심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개장 행사, 주말 프로그램, 축제, 체험. 처음에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일정이 끝나면 다시 비어진다.

일상의 습관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습관은 반복 가능한 구조에서 생긴다. 매주 열리는 시장, 매일 같은 시간에 열려 있는 작은 가게, 특별한 이유 없이도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벤치 하나. 이런 요소들이 쌓여야 공간은 생활 속으로 들어온다. 도시 재생이 실패했다고 느껴질 때, 그 공간에 반복 가능한 장면이 있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잘 만든 공간’보다 ‘익숙해질 수 있는 공간’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종종 완성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마감은 깔끔해야 하고, 디자인 콘셉트는 분명해야 하며, 사진으로 봤을 때도 좋아야 한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공간은 오히려 사람을 멀어지게 만든다. 손대기 어렵고, 사용 방식이 제한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금은 어설프고, 여지가 남아 있는 공간은 사람들이 스스로 해석하고 적응할 틈을 준다. 의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옮길 수 있다든지, 특정 용도로만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 여백이 있다든지, 관리 규칙이 과도하게 빡빡하지 않은 경우다. 이런 공간은 처음엔 정돈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사람들의 사용 방식이 쌓이면서 정체성이 생긴다.

도시 재생의 성패는 ‘완공 이후’에 결정된다

도시 재생을 평가할 때 우리는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린다. 개장 후 몇 달, 길어야 1~2년을 보고 성공과 실패를 말한다. 하지만 공간은 그렇게 빨리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특히 기존 생활권에 새로 끼어든 공간일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기다림의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다. 예산은 단기 집행을 요구하고, 성과는 빠르게 보고되어야 한다. 그 사이 공간은 충분히 적응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공간이 ‘실패 사례’로 분류된다. 사실 그 공간이 실패한 게 아니라, 기다려주지 않은 시스템이 실패한 경우도 많다.

실패한 공간이 아니라, 잘못 불린 이름

도시 재생에서 실패라는 단어는 너무 쉽게 사용된다. 사람이 많지 않으면 실패, 상업적 성과가 없으면 실패, SNS에 덜 노출되면 실패다. 하지만 도시에는 원래부터 조용한 공간도 필요하고, 상업성과 무관한 공간도 존재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공간에조차 ‘성과’라는 이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어떤 도시 재생 공간은 지역 주민 몇 명에게만 의미가 있어도 충분하다. 어떤 공간은 관광지가 아니라 동네의 배경으로 남아도 괜찮다. 실패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전에, 그 공간이 어떤 역할을 맡기로 했는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역할과 평가 기준이 어긋난 상태에서 내려진 실패 판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래서 도시 재생은 끝난 게 아니라, 아직 덜 읽힌 것이다

사람들이 머무르지 않는 도시 재생 공간의 공통된 착각

 

사람들은 도시 재생이 실패했다고 말할 때, 보통 결과만 본다. 하지만 공간은 텍스트처럼 읽히는 대상이다. 한 번에 다 읽히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지금 비어 보이는 공간도, 몇 년 뒤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는 이미 많다.

도시 재생의 진짜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조급함이다. 빨리 성과를 증명하려 하고, 빨리 의미를 규정하려 한다. 공간은 그렇게 다뤄질수록 숨 쉴 틈을 잃는다. 그래서 실패처럼 보일 뿐이다.

도시 재생이 실패했다고 느껴질 때, 그 공간이 정말 실패했는지 묻기 전에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공간은 누군가의 하루 속에 들어갈 시간을 충분히 얻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시간을 허락해주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