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도시 재생 사업에서 ‘공간 이후’를 결정하는 운영 거버넌스의 중요성

kkonguu 2025. 12. 21. 10:46

운영 방식이 문제 되는 순간은 대부분 공간이 만들어진 뒤다. 개관 초기에는 관심도 있고 사람도 모이지만, 몇 달이 지나면 이용 패턴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그때부터 운영자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계획대로 밀고 갈 것인지, 아니면 실제 사용 방식에 맞춰 일부를 포기할 것인지다. 현장에서는 후자를 선택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처음 설정한 프로그램이나 운영 원칙을 바꾸는 것이 실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유지되는 공간들을 보면, 초기에 세운 방향을 그대로 지킨 사례는 거의 없다. 대신 이용자가 어떻게 공간을 쓰는지 지켜보고, 반응이 없는 프로그램은 조용히 접고, 반응이 있는 활동에 집중하는 식으로 운영이 바뀌어 왔다. 이런 선택은 보고서에는 남지 않지만, 실제 공간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판단이다.

 

도시 재생 사업에서 ‘공간 이후’를 결정하는 운영 거버넌스의 중요성

 

운영 거버넌스는 단순히 관리 주체의 이름을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공공, 민간, 지역 주체가 각각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느냐다. 현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방식은 공공이 공간을 소유한 채 행정이 운영 전반을 떠안는 구조인데, 이 경우 담당자의 인사 이동이나 정책 방향 변화에 따라 운영 기조가 쉽게 흔들린다. 몇 년 단위로 담당자가 바뀌면서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이전의 운영 노하우가 단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민간에 전면 위탁하는 방식 역시 만능 해법은 아니다.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공간 활용이 점점 상업 중심으로 치우치고, 지역 주민을 위한 기능은 점차 형식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결국 어느 한 주체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보다, 역할과 권한을 나누고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처음부터 설정하지 않으면 공간은 빠르게 성격을 잃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현장에서 가장 많이 선택한 방식은, 행정이 모든 운영을 직접 맡는 구조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단이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법인처럼 행정과 거리를 둔 중간 조직들이 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조직들은 공공의 요구와 주민의 기대, 민간 사업자의 현실적인 조건을 동시에 마주하며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행정 절차만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현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당장의 성과보다 공간이 몇 년 뒤에도 쓰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특히 지역에서 실제로 활동해 온 조직이 운영에 관여할 경우, 공간은 시설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활동이 쌓이는 장소로 인식된다. 이때부터 공간은 비어 있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과 관계가 이어지는 거점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운영 거버넌스를 이야기할 때 재정 구조를 빼놓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많은 도시 재생 공간이 문을 연 뒤 몇 년을 버티지 못하는 이유는, 공간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운영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에는 국비나 시비로 조성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의 전기료·인건비·프로그램 운영비는 대부분 별도의 해법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겪은 운영자들은 단일한 수익원에 의존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규모 임대, 유료 프로그램, 민간 프로젝트 협업 등을 병행하며 비용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부 지원이 줄어들더라도 운영 주체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 재정 구조가 불안정하면 운영 방향 역시 쉽게 흔들리고, 공간의 성격도 그때그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운영 거버넌스는 모든 공간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공식처럼 다뤄지기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문화 시설은 프로그램의 연속성이 중요하고, 창업 공간은 입주자 교체 주기와 수익 구조가 핵심이며, 커뮤니티 거점은 이용자의 참여 밀도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하나의 운영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면, 공간은 빠르게 어색해진다. 현장에서 비교적 오래 유지된 사례를 보면 처음부터 완성된 운영 구조를 만들기보다, 공간의 사용 방식이 바뀔 때마다 운영 방식을 함께 수정해 온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공공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운영 주체가 직접 비용 구조와 프로그램을 조정하며 부담을 줄여 나간다. 이 과정이 가능하려면 운영 방식이 고정돼 있지 않아야 하고, 공간의 성격 변화 자체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도시 재생에서 운영 거버넌스는 단순히 ‘누가 관리하느냐’를 정하는 행정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해당 공간이 어떤 관계 구조 속에서 유지되고 순환될 수 있느냐에 있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명목상 운영 주체로 지정되어 있더라도, 지역 주민·이용자·민간 주체·공공 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공간은 빠르게 기능을 잃는다. 공간을 한 번 조성하는 것으로 완결되는 재생 사업은 초기에는 성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 부담과 활용 저하라는 문제를 반복적으로 드러내 왔다. 따라서 운영은 사후 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핵심 요소다. 공간의 성격에 맞는 역할 분담, 책임의 지속 가능성, 수익과 공공성의 균형 구조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재생 공간은 일시적 사업 결과물이 아닌 살아 있는 도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지역, 제도,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재 도시 재생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