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도시 골목상권의 재생을 위한 ‘체류 기반 소상공인 생태계 구축 전략’

kkonguu 2025. 11. 26. 12:09

도시재생에서 골목상권은 단순한 상업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한 지역의 생활문화를 반영하는 촘촘한 일상의 네트워크이자, 도시가 가진 개성이 드러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생태계이다. 그러나 다수의 골목상권이 대형 상업지와 온라인 소비 확장의 영향으로 활력을 잃었고, 재생의 시도 또한 일회성 이벤트나 시각적 미화 수준에 머무르며 장기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골목상권을 ‘흐른다–머문다–지속된다’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이용자의 체류를 중심에 둔 실질적인 소상공인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1. 골목상권 체류 시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분석

체류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먼저 사람들이 왜 골목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는지, 그리고 어떤 요소가 머물게 만드는지 세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체류 시간은 단순히 점포의 매력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동선의 편안함, 골목의 밝기, 주변 소음 수준, 공간의 안전성, 콘텐츠 구성의 다양성, 상점 간 연속성과 시각적 연결감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예를 들어 보도 경계가 불명확하거나 노후 포장으로 걸음이 불편한 골목, 점포 사이에 공실이 많아 리듬이 끊기는 거리, 저녁 시간대에 조도가 떨어져 심리적 불안을 유발하는 환경은 체류 의지를 크게 낮추는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상점의 색감·간판·개방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방문객이 걷는 동안 시각적 흥미를 지속시켜 주는 업종 배열이 이루어져 있으며,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작은 벤치나 파사드 앞 그늘 공간 같은 ‘마이크로 휴식 포인트’가 자연스럽게 배치된 곳은 체류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또한 골목 내부의 소규모 이벤트, 골목 특유의 향·소리·빛 환경 같은 감성적 요소도 머무름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골목상권의 체류 경쟁력은 ‘방문자가 다음 걸음을 자연스럽게 내딛도록 만드는 흐름’을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 흐름을 형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체류의 지속성과 깊이를 결정하게 된다.

2. 체류를 유도하는 공간·상권 통합 설계 전략

체류 중심 골목상권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점과 골목 공간을 하나의 경험 단위로 통합하여 바라보는 설계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의 많은 재생사업은 점포 리모델링 사업과 골목 환경 개선 사업을 별도의 항목으로 분리해 추진해 왔는데, 이러한 방식은 실제 골목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태와 괴리를 만든다. 사람들은 특정 점포의 매력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전체를 걸으며 형성되는 분위기·안전감·연속성을 종합적으로 체감한 뒤에야 개별 상점을 선택한다. 즉, 점포의 매력도 역시 골목이라는 더 큰 공간경험의 일부로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골목의 폭, 보행 흐름의 유연성, 시야가 트이는 개방감, 파사드의 체계적 구성, 외부 테이블과 휴식 공간의 배치, 안내 사인의 통일감 같은 요소는 개별 점포 운영 전략과 함께 하나의 설계 언어로 다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카페·식당·공방이 혼재된 골목이라면 각 점포 앞의 자투리 공간이 제각각 관리되는 대신, 전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골목 라운지’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체류 시간을 증가시키는 핵심 전략이 된다. 여기에 상인들이 선호하는 재질, 색감, 간판 형태 등을 정리해 골목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난잡함을 줄이는 ‘상권 전용 디자인 코드’를 마련한다면, 방문자는 더 명확한 공간적 질서를 감지하게 되고 골목에 머무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이러한 통합적 설계 방식이 결국 골목상권의 매력과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3. 소상공인 생태계 확장을 위한 연계형 콘텐츠 구조 만들기

체류 기반 상권은 단일 점포가 잘 되는 데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골목 내부에 자리한 다양한 소상공인들이 서로 연결되며 상호 보완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어느 한 가게의 매출 상승만으로는 골목 전체의 흐름을 만들기 어렵고, 방문객의 동선도 특정 지점에서 끊어져 버리기 쉽다. 하지만 상점 간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여러 업종이 하나의 경험 흐름을 구성하게 되면, 방문객은 골목 전체를 하나의 ‘확장된 상점’처럼 인식한다. 결국 핵심은 개별 매장의 경쟁력 향상이 아니라, 골목 전체를 아우르는 ‘상권 단위의 체류 경험’을 패키지화하는 데 있다. 이 패키지가 탄탄할수록 방문자 한 명이 골목에서 소비하는 시간과 깊이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한다.

도시 골목상권의 재생을 위한 ‘체류 기반 소상공인 생태계 구축 전략’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연계형 콘텐츠 전략이다. 공방–카페–전시 공간–로컬 상점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방문 루트를 설계하거나,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시간대별 체험 프로그램, 야간 체험 콘텐츠, 계절형 행사 등을 상인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면 하나의 방문 경험이 여러 소비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연결 구조는 단순히 매출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서, 상권 내부의 경제 순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고, 참여 점포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매출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즉, 개별 점포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때는 만들 수 없는 ‘골목 단위의 경제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연계 전략은 외부 관광객에게만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재방문률을 높이는 데도 아주 유효하다. 이미 여러 번 지나간 익숙한 골목일지라도 특정 요일이나 시간, 혹은 계절마다 다른 경험이 제공되면 주민은 자연스럽게 다시 찾을 이유를 갖게 된다. 머무르는 지역 주민이 늘어난다는 것은 상권의 기반이 단기 방문객 중심이 아니라 장기적 고객층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반복 방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골목 자체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된 환경에서도 오프라인 골목상권이 유지될 수 있는 지속적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4.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위한 상권 자치 모델 도입

골목상권이 단기간의 재생 사업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갖추려면 ‘운영 주체’를 내부에서 만들어야 한다. 즉 상인회나 주민 단체 같은 전통적 조직 형태에서 벗어나, 골목 단위의 가벼운 운영협의체, 창업자–기획자–공간운영자–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관리조직, 또는 민간운영사(PMO) 기반의 전문 운영 모델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 구조가 갖춰지면 골목의 문제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홍보·행사·공간 관리 등도 연속성을 가진다. 특히 신설 상점에 대한 온보딩 지원, 상권 내 갈등 조정, 점포 교체 시 업종 전략 관리 같은 기능까지 운영 주체가 맡게 되면 상권의 질적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골목상권을 ‘사람이 오래 머무는 지역 브랜드’로 발전시키며, 단순한 상업 밀집지를 넘어 도시 재생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