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도시 재생과 주거 복지의 연계

kkonguu 2025. 11. 6. 07:25

1. 도시 재생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도시 재생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일이 아니다.
그 속에는 오랜 세월 한 지역을 지탱해 온 사람들의 기억과 관계, 생활의 흔적이 함께 존재한다.
따라서 도시 재생의 본질은 건축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회복 과정에 가깝다.
아무리 화려한 건물이 들어서고 기반 시설이 개선되어도,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도시는 다시 낙후된다.

도시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명체다.
사람이 떠나면 도시의 활력은 사라지고, 사람이 돌아오면 다시 숨을 쉰다.
결국 도시 재생은 물리적 공간의 문제를 넘어, 사람이 머물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회적 재생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의 안정이 가장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주거가 불안하면 주민은 머무를 수 없고, 머무를 수 없으면 그곳은 다시 텅 빈 건물만 남게 된다.
따라서 도시 재생은 시작부터 사람 중심의 구조, 즉 ‘삶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2. 주거 복지의 개념과 도시 재생의 교차점

도시 재생(Urban Regeneration)은 낙후된 지역의 기능을 복원하는 정책이며,
주거 복지(Housing Welfare)는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주거 품질을 보장받는 사회 시스템이다.
이 두 개념은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도시 재생이 외형적 환경을 바꾸는 작업이라면, 주거 복지는 그 환경 안에서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즉, 도시 재생이 ‘공간의 회복’이라면 주거 복지는 ‘삶의 회복’이다.
이 두 과정이 따로 진행되면 도시는 겉만 번듯한 껍데기로 남고, 실질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시가 진정으로 재생되려면, 사람이 다시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도시 재생은 주거 환경의 물리적 개선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되찾는 과정이지만, 주거 복지가 결합되지 않으면 그 공간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주거 복지의 핵심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주거 안정성을 기반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있다.
주민이 안정된 거주 환경을 갖추지 못한다면, 도시 재생으로 새롭게 바뀐 공간도 곧 이탈과 공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도시 재생의 성패는 물리적 복원이 아니라, 그 공간에 다시 사람들의 생활이 정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도시 재생과 주거 복지는 서로를 보완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도시 재생으로 환경이 개선되면 주거의 질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지역 공동체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주거 복지가 강화되면 주민의 이탈이 줄고, 지역이 가진 사회적 자본이 유지되어 재생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두 정책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삶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낸다.

이 교차점은 단순한 정책 조합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 개념이다.
도시 재생이 단기간의 개발로 그친다면 주거 복지를 보장할 수 없고, 주거 복지가 공간 변화와 분리되어 추진되면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지 못한다.
따라서 두 개념은 각각의 역할을 유지하되, 동시에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도시는 건물의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리듬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리듬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도시 재생과 주거 복지가 함께하는 이유다.

3. 해외의 통합형 도시 재생 사례

해외에서는 도시 재생과 주거 복지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일찍부터 진행됐다.
영국의 커뮤니티 리젠(Community Regeneration) 정책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정책은 낡은 공공주택을 단순히 철거하지 않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개보수 비용을 부담해
기존 주민이 계속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역 주민이 재생위원회에 참여해 사업의 예산과 방향을 함께 결정함으로써 참여형 복지 도시 모델을 완성했다.
네덜란드의 ‘리빙 위드 케어(Living with Care)’ 모델 역시 노인층·저소득층의 주거 서비스를 도시 재생 계획 속에 직접 포함시켰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도시를 물리적 구조가 아닌 사회적 공간으로 본다는 점이다.

 

4. 한국의 현실과 과제

한국의 도시 재생 사업은 빠르게 확산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공간 중심의 접근에 머무르는 한계가 뚜렷하다.
낙후된 지역의 도로와 건물을 정비하면서 외형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원주민이 주거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도시의 외형은 새로워졌지만, 정작 그 도시를 오랫동안 지탱해 온 사람들은 사라지고, 대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외부 자본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결국 도시 재생이 의도와 달리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도시 재생이 여전히 ‘개발’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 사업이 도시계획과 건축 부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복지·주거·노동 등 생활 기반 정책과의 연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도시 재생과 주거 복지의 연계


예를 들어,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과가 주도하고,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복지부나 LH가 담당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별도로 추진한다.
이처럼 정책의 분절화로 인해 사업 간 목표와 예산이 일관되게 조정되지 못한다.
그 결과,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집’인데 행정이 제공하는 것은 ‘건물’이 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또한 도시 재생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여전히 물리적 지표 중심이다.
‘새로 조성된 건물 수’, ‘도로 포장 구간’, ‘조경 면적 증가율’ 같은 수치가 사업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회복력은 건물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주민이 다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삶이 이전보다 더 안정적인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도시는 결국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로 구성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도시 재생 정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 구조를 강화하고, 복지와 주거 정책이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설계되는 통합형 재생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 없이는 ‘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개발 논리만 반복될 것이다.

5. 복지 중심 도시 재생을 위한 전략

도시 재생과 주거 복지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발 중심 방식을 넘어서는 구조가 필요하다.
첫째, **혼합형 주거구조(Mixed Housing)**를 도입해야 한다.
공공임대, 사회주택, 일반 분양이 한 구역 안에서 공존하면 소득 계층이 다양한 주민이 함께 살 수 있다.
둘째, 재정착 보장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원주민이 임시 거주지로 옮긴 뒤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우선 입주권과 임대료 상한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주민 주도형 리모델링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방적 정비가 아니라, 주민이 설계와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진정한 의미의 복지형 재생이 완성된다.

6. 집이 있어야 도시가 재생된다

도시 재생의 핵심은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주거 안정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생존 조건이다. 아무리 도로가 넓어지고 건물이 새로 들어서더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없다면 도시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도시의 활력은 건축물의 높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존재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떠나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재생이다.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거리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집, 즉 안정된 생활 기반이다. 주거가 불안하면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고, 애착이 없으면 도시는 단순한 거주지가 되어버린다. 도시가 ‘살아 있는 곳’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그 도시를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집은 도시의 최소 단위이자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의 틀이다. 한 사람의 집이 유지되면 그 옆의 이웃도 함께 머물고, 그렇게 이어진 생활이 거리를 만들고 도시의 성격을 형성한다. 반대로 주거 불안이 확산되면 도시는 균열을 일으킨다. 임대료 상승, 이주 압박, 세입자 불안정 같은 요소는 도시 재생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이런 이유로 도시 재생과 주거 복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공간의 개선만으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주거 안정만으로는 활력을 회복할 수 없다.

결국 도시의 지속 가능성은 화려한 건물이나 개발의 속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도시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은 사람이 다시 그곳에서 일상을 시작할 때다. 작은 집들이 다시 불이 켜지고, 골목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 그 도시가 비로소 재생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도시 재생이 주거 복지와 결합될 때, 도시는 단순한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과 관계의 회복까지 함께 얻는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사람이 떠난 도시는 지도 위의 점에 불과하고, 사람이 머무는 도시는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 된다. 그래서 도시 재생의 마지막 목표는 건축이 아니라 삶의 복원, 즉 집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되살리는 일이다. 도시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집을 짓는 일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