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의 성공 조건

kkonguu 2025. 11. 8. 14:02

도시 재생은 공간의 변화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건물과 도로가 새로워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이 변화의 주체로 참여하는 일이다. 과거 도시 개발사업들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주민을 ‘사업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실질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은 지역의 주인이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참여는 단순히 의견을 내는 수준이 아니라, 기획·운영·관리까지 전 과정에 주민이 관여하는 체계적인 구조를 의미한다. 성공적인 도시 재생은 행정이나 전문가의 계획보다, 지역민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 변화가 이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지속 가능성에 있다. 외부 자본이나 정부 보조금으로 시작된 사업은 지원이 끝나면 유지가 어렵지만,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에 참여하면 자생력이 생긴다. 실제로 국내 여러 사례에서도 주민의 주도권이 강할수록 사업의 지속률이 높았다. 전북 완주군의 고산읍 도시 재생 사업은 대표적인 예다. 이곳에서는 행정이 계획을 주도하지 않고, 주민협의체가 마을 환경 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직접 기획했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동 카페와 생활문화센터는 단순한 수익 공간을 넘어, 지역 소통의 장이자 공동체 회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참여는 단순한 의견 수렴이 아니라, 지역의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핵심 동력이다.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참여의 질’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주민 설명회를 열거나 설문을 진행하는 수준으로는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주민이 실제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즉 ‘참여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도시 재생 추진단에 주민 대표를 포함시키거나, 지역 의제를 함께 논의하는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업은 전문가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주민의 의견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주민 참여는 주민이 계획의 ‘결과’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정과 전문가가 주민을 단순한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들의 생활 경험을 정책 설계에 직접 반영할 때 도시 재생은 비로소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또한 이러한 참여 구조가 지속되려면 주민의 의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규칙과 피드백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이 의견을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의견이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참여는 신뢰로 전환된다.

 

또한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보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도시 재생 사업의 내용이 복잡하거나 행정적 용어로 가득하면 일반 주민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사업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사업의 목적과 진행 과정을 주민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 주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고, 주요 계획을 시각 자료나 사례 중심으로 공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서울의 창신·숭인 도시 재생 사업에서는 ‘마을계획학교’를 운영해 주민에게 도시 계획과 예산 구조, 의사결정 절차를 교육했다. 그 결과 주민이 스스로 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설계 단계에서 현실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의 성공 조건

 

이처럼 정보 공개와 교육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핵심 장치다. 주민이 사업의 배경과 방향을 충분히 이해할 때, 의견 제시가 단순한 비판이나 요구 수준을 넘어 실질적 대안 제시로 발전한다. 결국 참여의 시작점은 ‘이해’이며, 이해를 위한 투명한 정보 전달이 도시 재생의 신뢰를 구축하는 첫걸음이 된다.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의 또 다른 성공 조건은 '경제적 동기’다. 지역의 변화가 주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참여는 일시적 관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업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민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동 상점 운영, 지역 특산품 개발, 공유 오피스 임대 등 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전 원도심의 ‘소제동 프로젝트’는 이 점에서 주목받는다. 주민이 직접 기획한 지역 상점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수익이 다시 지역 내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처럼 경제적 자립 기반이 마련되면 주민은 도시 재생을 단순한 외부 사업이 아닌 자신의 생계와 연결된 ‘생활 프로젝트’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구조는 외부 자본의 유입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키운다. 주민이 직접 경제 주체로 참여할 때 도시 재생은 단순한 환경 개선이 아니라 지역 내부의 순환경제로 확장되고, 이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주민 간의 관계 회복과 신뢰 형성도 도시 재생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도시 재생 과정에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세대나 직업군, 거주 기간에 따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쉽게 생긴다. 일부 주민은 개발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는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삶의 터전이 바뀌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커뮤니티 내부의 소통이 막히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행 단계에서 멈추게 된다. 그래서 **‘커뮤니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의 오랜 거주민이나 마을 활동가가 중재자로 나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감정적 대립을 완화하며, 협력의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실제로 강원도 정선의 도시 재생 사업에서는 주민 리더가 중심이 되어 노년층과 청년층을 연결하는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대 간 간극을 좁혔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는 단순히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도시 재생은 행정의 논리나 외부 전문가의 설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쌓여야 협력의 문화가 형성되고, 그 위에서 진정한 재생이 시작된다.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기반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일회성 회의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모이고 협력할 수 있는 물리적 거점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센터, 공유주방, 공동 작업실, 주민 카페 등은 주민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생활형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공간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관계 형성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공간이 있으면 만남이 생기고, 만남이 이어지면 관계가 쌓이며, 관계가 깊어질수록 공동체는 단단해진다. 서울 은평구의 ‘혁신파크’는 이 원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민 단체, 청년 창업가, 예술가가 한 공간에서 협력하며 지역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그 결과 이 공간은 단순한 창업 거점이 아닌 ‘사회적 협력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공간의 운영 방식을 결정하고, 지역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할 수 있을 때 도시 재생은 일시적인 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발전한다. 또한 이러한 공간적 기반은 새로운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는 통로가 되어, 세대 간 단절을 완화하고 지역 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효과도 낳는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을 위해서는 시간에 대한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하다. 도시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초기에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행정과 전문가가 주민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피드백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일부 프로젝트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관계가 다음 변화의 기반이 된다. 결국 도시 재생의 진정한 성공은 ‘새로운 건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때, 그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로 살아 숨 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