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 재생

도시 재생 공간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 ‘설계’가 아닌 ‘운영 구조’의 문제

kkonguu 2025. 12. 18. 11:03

도시 재생 사업이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사례를 들여다보면, 표면적으로는 공간 활용 저조나 방문자 감소, 프로그램 중단 같은 현상이 먼저 언급된다. 그러나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 건축 설계나 공간 디자인 자체에 있지 않다. 오히려 공간이 완공된 이후 어떻게 운영되고, 누가 책임을 지며, 어떤 구조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경우가 훨씬 많다. 도시 재생 공간은 물리적으로 완성되는 순간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이 ‘지어놓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운영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한다.

 

첫 번째 문제는 운영 주체의 모호성이다. 도시 재생 공간은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여러 기관과 이해관계자가 동시에 얽혀 있다. 지자체, 공공기관, 위탁 운영사, 지역 단체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면서, 실제 공간 운영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지고, 공간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주체가 나타나기 어렵다. 책임이 분산된 구조에서는 실패에 대한 부담도 희석되기 때문에, 공간의 질적 저하가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두 번째는 단기 성과 중심의 운영 방식이다. 많은 도시 재생 공간은 개관 초기 일정 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 때문에 운영 초반에는 행사, 전시, 체험 프로그램 같은 단기 이벤트가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 방문객 수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이벤트가 종료되면 공간을 다시 찾을 이유가 사라지고, 일상적인 이용을 만들어내지 못한 공간은 급격히 비어가기 시작한다. 이는 공간이 ‘생활 속 장소’로 자리 잡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수익 구조 부재에 따른 지속성 문제다. 도시 재생 공간이 반드시 상업적 수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성을 지닌 공간일수록 무리한 수익 추구는 오히려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공간의 운영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재정 구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도시 재생 공간이 이 지점을 애매하게 넘기면서,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설계하지 못한 채 출발한다.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수익 창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임대·유료 프로그램·공간 사용료 같은 기본적인 재정 수단조차 공공성 훼손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공간의 운영비 대부분이 보조금이나 단기 지원 사업에 의존하게 된다. 초기에는 외부 재원이 투입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보이지만, 지원 규모가 줄어들거나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운영 인력 축소, 프로그램 중단, 개방 시간 단축 같은 변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공간의 기능은 빠르게 위축된다.

 

수익 구조가 없는 공간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예산이 매년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시설 개선이나 콘텐츠 고도화 같은 중장기 투자를 감행하기 힘들고, 결국 최소 유지 관리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공간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며, 이용자 감소를 다시 불러오는 악순환을 만든다. 결국 자립 가능한 재정 구조를 갖추지 못한 도시 재생 공간은 외부 지원이 끊기는 순간 운영 지속성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도시 재생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네 번째는 이용자 관점의 부재다. 도시 재생 공간은 원칙적으로 ‘누가’, ‘언제’, ‘왜’ 이 공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될지를 기준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만 방문하는 장소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사업 과정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행정 절차와 사업 계획서의 논리에 따라 공간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의 생활 패턴이나 이동 동선보다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 시설 배치 기준, 행정 일정이 우선되면서 공간의 사용 맥락이 왜곡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조성된 공간은 지역 주민의 실제 생활 리듬과 어긋난 운영 시간을 유지하게 된다. 평일 낮 시간대 위주의 개방, 접근성이 낮은 출입 동선, 특정 계층만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 구성 등이 반복되면서 공간은 점점 제한적인 이용만 허용하게 된다. 그 결과 공간은 존재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에게는 ‘내가 사용할 이유가 없는 장소’로 인식된다. 이는 공간의 물리적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이용 경험 자체가 설계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시 재생 공간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 ‘설계’가 아닌 ‘운영 구조’의 문제

 

또한 이용자 관점이 부족한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과 목적이 흐려진다. 처음에는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며 조성되었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이용 이유를 제공하지 못해 체류 시간이 짧아지고 방문 빈도도 낮아진다. 반복적인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관리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며, 점차 ‘비어 있는 공공 공간’으로 전락한다.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머물고 다시 찾게 만드는 요소가 결여된 공간은, 아무리 공공성을 강조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는 운영 역량에 대한 과소평가다. 도시 재생 사업에서는 건축, 도시 설계, 경관 계획 같은 물리적 요소에 전문가가 투입되지만, 정작 운영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공간 운영은 단순 관리 업무가 아니라, 콘텐츠 기획, 이용자 분석, 지역 네트워크 조정, 갈등 관리 등 복합적인 역량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간은 점점 형식적인 운영에 머무르게 되고, 초기 취지는 빠르게 퇴색된다.

 

결국 도시 재생 공간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잘 지었는가’보다 ‘어떻게 굴러가게 만들었는가’에 달려 있다. 운영 구조가 명확하고, 책임 주체가 분명하며, 이용자의 일상과 연결된 구조를 갖춘 공간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오래 살아남는다. 반대로 운영에 대한 고민 없이 물리적 완성도만 높인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또 다른 유휴 공간으로 전락한다. 도시 재생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설계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